유튜브에서 그릭요거트를 밥솥에다 만들어서 면보로 유청을 거르는 방식으로 유행하길래 한번 나도 시도해볼까?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밥솥에다 하기엔 좀...
집에 나 혼자서 밥을 먹는 것도 아니라서 하기에 꺼려지기도 하고, 집에 자취할 때 쓰다가 본가로 가지고 온 작은 밥솥이 있긴 하지만 유산균냄새가 나거나 곰팡이가 필까봐 그냥 요거트 메이커를 새로 사기로 했다. 요거트메이커가 여러 종류 있었는데 그중에 내가 선택한 건 퀸누스. 하얀색이라 예뻐서 샀다. 그리고 우유곽을 통째로 넣는 방식이 아니라 우유를 요거트 메이커 안에 넣는 플라스틱 내솥(?)에 붓고, 유산균과 함께 요거트 메이커에 넣는 방식이다. 이 방식이 더 깔끔하고 위생적으로 보였기에 퀸누스 요거트 메이커를 샀다.
그리고 함께 사은품으로 주는 YAB450AB 유산균과 따로 구매한 그릭요거트용 SAB440B 유산균이 세계3대 유산균 기업인 이탈리아의 사코에서 만든 유산균이라고 한다. 예전에 먹던 유산균이 출처도 어딘지 모르는 '애시도필러스'랑 일본의 유산균인 요구르트의 소원의 '카스피해'였는데, 애시도필러스는 그 정체가 많이 의심되고, 카스피해는 방사능이 염려되어서 좀 걱정스러웠다. (방사능폐기물을 홋카이도에 매립한다고 들었는데 홋카이도가 일본의 대부분의 우유를 생산하는 곳이라고 해서 좀이 아니라 많이 걱정스러웠다.)
또, 애시도필러스랑 카스피해는 따뜻한 곳에서 12시간 정도 놔두고(담요나 이불로 덮어서 겨울일 땐 전기장판에도 넣은 적 있다.) 다시 시간 맞춰서 냉장고에 넣고, 먹기 전엔 종균처럼 한 스푼 떠서 새로운 우유랑 섞어 다시 요거트 만들고, 근데 이렇게 종균처럼 만드는 것도 한 달 단위로 요거트로 만드는 복제 종균(?)을 버리고 새 종균 넣어야 한다. 새 종균도 카스피해만 해당하고 애시도필러스는 출처가 어딘질 몰라서 먹다가 그냥 버렸다.(인터넷에서 검색하다가 출처 어딘지도 모르는 걸 먹으면 몸에 안 좋을 수 있다는 말을 들어서ㅠㅠ) 반복되는 무한 노동.
그에 반해 사코 유산균은 처음부터 요거트 만들 때 유산균을 넣으면 되기에 좀더 위생적이고, 이탈리아 브랜드라고 해서 믿음직 하고 함께 오는 티스푼 중 작은 티스푼으로 1/5만 넣으면 된다고 해서 적은 양으로도 요거트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 일반요거트용 유산균, YAB450AB
유산균은 냉동으로 보관해야 한다고 해서 다이소에서 냉동실에도 넣을 수 있는 용기를 샀다. 용기에 넣으니 유산균양이 좀 작아보이긴 하는데 엄청 조금 넣을거라 오래 쓸 수는 있을 것 같다.
휴대폰 카메라로는 초점이 잘 잡히지 않는데 대략적으로 저렇게 작게 넣어야 한다. (근데 너무 제대로 안 찍혔다ㅠㅠ)
매일우유를 좋아하는데 집앞 슈퍼에는 매일우유가 없어서 서울우유를 샀다.
유산균을 넣고 우유 1,000mL를 넣으면 이렇게 들어간다. 유산균이 섞이도록 살살 젓고, 요거트메이커에 이 플라스틱용기를 넣은 후 바로 콘센트에 전원을 꼽으면 된다. 다른 버튼을 눌리지 않아도 된다.
그럼 파란불이 몇 번 깜박이고 삐빅 소리가 난 다음 위 사진의 상태로 8시간이 있다가 꺼진다. (꺼질 때 소리가 좀 크다. 처음에 듣고 좀 당황했다.) 그 후에 요거트메이커에 있던 요거트를 냉장고에 10시간 넣어둔 후 먹으면 된다.
(미라클은 아니지만 오마이걸 굿즈, 요거트유리그릇. 약간 덕후일상을 공개하는 느낌인데;;)
열 시간 후 요거트. 전에 먹던 요거트들이 뒷맛에 신맛이 강했는데 이 요거트는 뒷맛에 신맛이 진짜 아무것도 없어서 좀 당황스러웠다. 좀 심심한 요거트. 약간 대기업요거트에 설탕 뺀 맛이다. 위에 뿌린 건 노브랜드의 <체리청>이다. 저렇게 단 걸 넣어도 그냥 알맞게 맛있는 맛만 느껴진다. 다음에 다른 유산균을 산다면 신맛이 있는 유산균으로 사고 싶다. 그래도 밸런스가 잘 잡힌 요거트라 만족스럽게 먹었다. 요거트가 아주 쫀쫀해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시중에 파는 요거트처럼 인공적인 단맛이 있지도 않은 점도 굿잡! 그리고 개인적으로 매일우유를 좋아해서 매일우유로도 만들어 먹었는데 그 때는 좀 더 고소한 맛이 느껴져서 좋았다.
큰 마트에 갔는데 블루베리를 사려고 하니 블루베리가 없고, 그렇다고 냉동블루베리도 없어서, 냉동 골드망고를 사왔다. 냉동이라 해동해서 먹기 귀찮아서 먹기 전날 냉동 망고랑 요거트랑 섞은 다음 먹을 때 꿀만 뿌려서 먹었는데 글쎄 이것도 짱 맛있었다ㅠㅠ
✔ 그릭요거트용 유산균, SAB440B
또 다른 유산균, SAB440B 유산균. 위에서 언급한 YAB450AB 유산균은 퀸누스에서 이벤트로 요거트메이커를 사면 사은품으로 따라왔는데 이 유산균은 그릭요거트를 만들어보는게 목적이라 따로 구입한 유산균이다. 마찬가지로 다이소에서 냉동실에 넣을 목적으로 구입한 용기에 넣었는데 23,500원이라는 유산균 가격에 비해 약간 작아보이긴 한다. 하지만 작은 스푼으로 1/5만 넣으면 많이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1/5 넣는 건 어려워서 거의 1/3씩 넣는다.
이때도 리뷰용으로 빠르게 우유를 샀어야 해서 서울우유.
플라스틱 용기를 요거트메이커 안에 넣고 뚜껑 닫고 전원을 키면 된다. 이쯤되니 애시도필러스와 카스피해를 먹기 위해 여름에도 따뜻한 곳에 담요를 싸서 고이 놔두고 12시간(그리고 겨울에는 24시간) 단위로 체크했었던 옛날의 나.. 아련해진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동물이라고, 현대문명의 도구를 활용하니 단순하기 그지 없다. (왜 눈에서 땀이 나지ㅠㅠ) 아, 물론 이 혜택의 단점은 초기비용이 든다는 거다.
삐빅거리는 효과음과 함께 켜지는 하늘빛 불빛.
8시간 후 냉장고에 10시간 동안 있으면 이 커다란 통에서 뒤집어도 완벽한 '거꾸리'를 보인다. (근데 거꾸리 사진을 안 찍었다.)
그릭요거트와 함께 한 건 러브크런치의 다크초코&레드베리 그래놀라. 짱 맛있고요? 요거트나 그릭요거트랑 먹으면 짱짱!
이건 8시간 요거트메이커+10시간 냉장고 이후 그래놀라와 체리청을 얹은 모습. 사실 아이스크림 스쿱으로 떴는데 분명 처음엔 형태가 잡혀있다가 사진을 찍을 때가 되니 형태가 사라졌다. (띠로리ㅠㅠ)
이건 SAB440B로 8시간 요거트메이커+10시간 냉장고+16시간 면보로 걸러서 만든 그릭요거트. 아 우유양에 비해 넘나 쬐끔하다구요ㅠㅠ (그래서 시중의 그릭요거트가 넘 비싼 건가..) 물론 1000ml로 하면 저 컵 꽉차게 나오긴 하는데 잠시 위에서 한 번 먹으려고 찍은 요거트양 빼고 만드니 저 정도만 나왔다.
토핑은 똑같이 그래놀라+체리청
이건 사진을 찍다보니 재미있어서 위에서 찍은 샷.
우유를 안 먹어서 우유배달 시키다가 완전 끊어버린지 몇 년 흘렀는데 요거트메이커 때문에 매번 마트 가서 우유를 사오고 있다. 요거트메이커 뽕 뽑을 때까지 완벽하게 먹을 생각이다.
더 잘 먹기 위해서 플라스틱 용기도 한 개 더 구매했다. 투 트랙으로 요거트메이커를 굴리겠다는 당찬 포부. 나한테 왔으니 돈값을 제대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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