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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물고기가 아닌 물살이로 바꿔불러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 있다.
+ 관련 글
‘물고기’가 아닌 ‘물살이’로[우리말 생각/신지영]|동아일보
잘 생각해 보니 뭍에 사는 동물은 살아 있을 때 고기라고 불리지 않는다. 우리는 살아 있는 소, 돼지, 닭을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반면에 살아 있는 물속 척추동물은 식재료가 아닌데도 고기라고 불린다. 물속 척추동물은 생명체로 우리 앞에 있을 때에도 잠재적 식용 대상으로만 취급되어 온 것이다. 결국 ‘물고기’라는 말에는 그들이 우리에게 식용의 대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물고기는 물고기라고 생각해서 살면서 단 한 번도 의문을 가져본 적 없었다. 그런데 글을 읽으니 진짜 먹는 단어인 '물고기'로 부른다는 걸 깨달았다. 이 글을 접한 후 물살이로 바꿔부르려고 노력하고 있다. 처음에는 입에 붙지 않다가도 발음이 귀여워서 곧 좋아하게 되었다.
인식의 폭을 넓힌다는 점도 좋지만 예쁜 단어를 하나 더 알아가서 좋다. 비슷한 예로는 한 십 년 쯤 전부터 쓰고 있는 것 같은 단어, 손모아장갑이다. 물고기-물살이의 예와 다르게 손모아장갑의 원래 단어, 벙어리장갑은 어릴 때부터 계속 마음에 걸리던 단어였다. 이게 왜 벙어리일까? 비하적인 단어라는 점을 둘째 문제치고, 손가락이 함께 들어간 건데 이 점이 벙어리와 연관이 하나도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속으로 네손가락 장갑이라 불러야 하지 않나? 그런 의문도 들었던 단어다. 그래서 손모아장갑이라는 단어가 생겼을 때 너무너무 좋았다.어떤 모양인지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모으다'라는 귀여움이 한껏 들어간 단어라니! 지칭하는 대상도 귀엽게 생긴 장갑인데 단어마저도 귀엽다!
신조어라도 다 좋아하는 건 아니다. (제일 싫어하는 단어는 누칼협) 동글동글하면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단어가 있다. 눈을 감는 날까지 이렇게 가슴 따뜻해지는 단어를 계속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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